은동산
<족구왕> 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 (스포有) 본문
독립영화 입문용으로 선택한 영화. 호평을 받은 영화답게 100여분 간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그러나 단지 오락용으로 남겨두기는 아쉽기에 개인적인 의미를 몇 마디 덧붙이고 싶었다.
만화적인, 그러나 현실적인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말이지 만화같다. 피구왕 통키를 본 적은 없지만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순간에 등장하는 드라마틱한 오버헤드킥은 너무 고전적이라서 만화에서조차도 나오지 못할 것이다.
청춘을 즐겨라
기성세대는 항상 젊은 세대들에게 말하곤 했다. '청춘을 낭비하지 말라.' '청춘을 청춘답게 보내라.' 요즘 청춘들은 이 말에 노이로제가 걸렸다. 현실을 무시하고 청춘을 즐기란 말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화에도 나오듯이 토플, 학점, 고시 등 현실의 산사태에 허덕이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에게 청춘을 위한 자리는 없다.
이 만화같은 영화는 그 현실의 족쇄들에게 '족구하라그래!' 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복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고시에 열중하는 룸메들, 오지랖이 넓어 만섭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고시생 선배를 지척에 두고 있으면서도 만섭은 청춘에 푹 파묻힌다. 만섭의 마이웨이 에너지는 캠퍼스를 돌고돌면서 한명씩 청춘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영화속 청춘은 달달했다. 복학생은 학교의 아이돌과 썸을타고 교내족구대회가 최고의 관심사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청춘을 마냥 낭만으로 그리진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만섭의 학자금 대출. 아무리 청춘의 가도를 달리는 만섭이라 해도 현실의 학자금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결국 만섭은 학교 등록도 하지 못하고 심혈을 기울였던 안나와의 연극도 위기에 처하는 아찔한 상황을 겪는다. 사실 청춘의 우주를 허우적거렸던 만섭을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또다른 복병은 예기치 못한 엔딩이다. 현실적 장벽을 뚫고 안나를 쟁취할 뻔..했지만 결국 안나는 강민과 맺어진다. 그 극적인 엔딩 장면은 마치 관객의 관자놀이를 세게 갈기며 '얌마 그래도 안되는 건 안 돼' 라고 외치는 듯 하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메시지를 '청춘? 족구하라 그래' 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만섭의 짝사랑은 좌절되고 선배의 행시는 물건너갔다는 암울한 결과에서 잠시 눈을 떼고 짜릿했던 족구 시합들과 그에 수반되었던 희노애락에 집중해본다면, 그 과정이 새파랗게 아름다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감독의 메시지는 기성세대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는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청춘을 예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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